예약한 판화를 찾으러 메구로구로 출발.
하기 전에 약국에 들러 모기약을 산다. 정말 웬만하면 참겠는데 너무 가려워서 안살 수 없었다.
Day 2 트리플에서 보기
1 | 9:00 | 호텔 아마넥 가마타 에키마에 : 숙소 출발 |
2 | 10:30 | 모리미술관 : 티에스터 게이츠 전 |
3 | 11:30 | 21_21 디자인 사이트 |
4 | 14:00 | 네코마 necoma : 고양이 카페 |
5 | 15:30 | 시부야 파르코 : 하루나 카와이 전 |
6 | 18:00 | 긴자 이나바 : 저녁 |
하루나 카와이 Haruna Kawai カワイ ハルナ
Artist info
하루나 카와이 작가는 몇 년 전부터 인스타그램 팔로우 후 수줍게 눈팅만 해오다가 몇 달 전 작가 소품이나 판화를 구할 수 있을까 싶어 구글링을 해봤는데 네코마(necoma) 라는 곳의 온라인샵에서 판화를 판매하고 있었고, 이메일 문의를 해보니 해외배송은 하지 않는다 하길래 조만간 일본 출장이 잡혀있는 가족에게 부탁해서 픽업해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즈음 도쿄에 작가 전시가 딱 잡혀있던 것.
'작품도 사고 전시도 보자!'
더운 여름에는 여행을 떠나지 않기로 결심했었지만 스트레스로 쪼그라든 뇌가 떠나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혹시 작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극 I임에도 고민 끝에 DM을 보냈다.
작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의향도 있었거든.
하지만 작가 답변은 받지 못한 채 출발하게 되었고 (나중에 읽고 답변을 주셨다.) 먼저 방문한 곳이 고양이 카페 네코마(necoma)다.
4. 네코마 necoma : 고양이 카페
출발 전 이메일로 작품 픽업 일시를 소통하다가 직원분이
'혹시 고양이 카페도 이용을 하시는지요?'
하고 물어봐주셨고 예약제라고 해서 냉큼 예약했다. 예약 없이 가면 이용이 불가한지는 모르겠다.
메구로구는 부자동네라고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집집마다 정갈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길도 깔끔하고.
인근 전철역과 조금 거리가 있어 택시를 탈까 했지만 호기롭게 버스로 갈아탔고..
결국 길을 헤매게 되어 예약한 시간보다 30분 가까이 늦게 도착했다.
오래 헤맨 끝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계단을 올라가니 앞치마를 한 직원분이 반갑게 맞아주셨고 입구에서 손을 씻도록 안내를 받았다.
작은 세면대 옆에 미닫이 중문이 있다. 이렇게 이중구조인 까닭은 고양이 가출을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들어가자마자 공간이 바로 보이지 않고 한번 정비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꼼꼼한 일본 답기도 하고 인상 깊다.
예약한 판화는 나갈 때 받기로 하고 고양이들과의 해피타임 시작이다.
이용 마감시간 쪽지가 들어있는 케이스와 장난감을 받았고 음료를 주문했다.
메뉴는 간단하다.
고양이 카페지만 보호소 역할을 하는 곳 답게 고양이들에게 집중하기 위해 음료 제조 등은 최소한으로 줄였다는 인상을 받았다.
공간도 간단하다.
온통 흰 벽에 흰 조형물. 조형물 탑은 고양이들 집이나 놀이터로 쓰인다.
이곳 고양이들은 대체로 사람을 따르고 자기들끼리도 투닥투닥 잘 놀기도 하고 어떤 녀석들은 타워 위에 누워 늘어지게 잠만 잤다.
조형물들은 카와이 하루나의 작품 속 오브제와 닮았다.
짐작 했지만 직원에게 물어보니 카페 설립 초기에 작가가 참여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내가 구매하기로 한 판화도 예전에 여기에서 작가가 전시 할 때 걸었던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작가님 스토커로 오인 받지 않았으면 했는데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
하루나 카와이의 작품세계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에서 출발한다.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에 흥미를 느낀 작가는 멈춰 있을 수도 있고 무너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오브제와 오브제가 기대어져 있거나 이들을 쌓기도 하는 등 작가는 적막의 긴장감을 그려낸다. 그러고 보면 그의 작품 속 고요함과 예민함은 고양이와도 참 닮아있다. |
다른 손님들도 몇 팀 다녀갔는데 다들 첫 방문이 아닌지 익숙하게 고양이들과 놀아주고 정말 행복한 모습들이었다.
나도 고양이를 좋아하지만 키우거나 오래 데리고 있어본 적이 없어서 아무래도 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먼 길 온 만큼 뽕을 뽑고자 장난감을 연신 흔들며 고양이들의 환심을 사려 노력했다.
이날 나일로라의 셋업을 입고 갔는데 위 까지 트임이 돼있는 와이드팬츠여서 거의 보자기였고..
바닥에 무릎을 세우고 앉으면 내 다리는 흡사 텐트.
⛺🐈
트임 사이로 고양이들이 들어가고 누웠다 나왔다 하는 호사를 누렸다.
어느덧 1시간이 지난 후 부스스 일어났을 때 직원분이
'고양이 좀 만져보셨어요?'
물어봐주시는걸 보니 집사가 아닌게 보였나보다.
나갈 때는 역시 입구의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나갈 수 있다.
5. 시부야 파르코 2F : OIL by 美術手帖ギャラリー
네코마에서 나오는 길에 판화를 받아들고서 하루나 카와이 전시가 열리고 있는 시부야의 파르코로 향했다.
OIL by 美術手帖은 갤러리와 스토어를 겸하고 있는 공간이다.
유동인구가 많아 은근 도떼기 시장이었는데 최근 엔저현상으로 외국인 유입이 많아 그런지 관광 중인 외국인들이 잠시 멈춰 서서 작품을 감상하고 갔다. 현지인들은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루나 카와이 전시만 생각하고 갔는데 웬 알록달록한 봉제 피규어들이 보였다.
귀여워서 '하나 기념으로 사갈까' 하고 들여다 봤는데 이녀석들도 작가 팝업 전시 작품이었다.
시오 (SIO シオ) Artist Info
같은 디자인은 하나도 없다. 모두 작가가 하나하나 디자인 하고 만들었다.
인형 앞에 놓인 스케치를 기반으로 똑같이도 만들어 놨구나. 탐난다 탐나..
고민하다가 더 토모다치 인형은 결국 안사고 왔는데 돌아와서 후회 중이다.
이때쯤 마음이 빈곤해서인지 지갑도 쉽게 열리지 않았다. 다음엔 돈을 펑펑 쓰고 오겠습니다.
작가 인스타그램 @the_tomodachi_
하루나 카와이 작가 작품은 회화 9여점이 걸려있었는데 80호 정도 되는 1점만 캔버스 위 아크릴 작품이었고 나머지는 종이 위 아크릴이었다.
일본도 한국처럼 작품이 그려진 재질의 물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는걸까 싶어 가격표를 봤는데 역시나 종이작품이 더 저렴했다.
점원분의 작품가격 설명에도 "캔버스이기 때문에 이 가격"이라는 표현이 있었다.
캔버스 작품을 선호하는 문화 역시 일본에서 온게 맞구나 싶은 순간.
내가 사진으로 보고 맘에 들어했던 작품은 직접보니 생각보다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더니, 이미 팔린 작품들이 더 예뻐 보였다.
그래도 한 점이라도 사볼까 하는 마음에 한참 고민하다가 점원분께 문의하니 체크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전시 마감 일정과 해외 배송 일정, 배송비 지불 방식 등에 대한 이야기를 복잡한 쇼핑몰에서 나누고 있자니 말도 잘 안들리기도 하고 두통이 밀려와 그냥 네코마에서 판화 한 점 산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음에 일본 전시장에서 작품을 구매하려거든 핸드캐리 가능한 작품을 메일이나 전화로 찜한 다음 전시 마감하는 날 찾아가서 픽업 해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구글 번역기 힘을 빌어 작가 스테이트먼트를 읽어본다.
흔들리는 · 멈추는 · 자립하는 · 쓰러지는
모두가 공존하는 상태
어느 쪽도 말할 수 없는 상태의 아름다움
SF 장르를 좋아해서 드라마도 양자역학과 시간여행이 주제면 무조건 보는 편이다.
그런데 작가 스테이트먼트에 양자역학이 나오니 한번 더 흥미롭게 읽게 된다.
하루나 카와이는 회화 이전에 물성을 다뤄봐서 그런지 인지하는 범위가 넓은 것 같다.
평면 작품 외에도 색종이를 이용한 꼴라쥬, 공간 인테리어, 상업과의 콜라보레이션 이력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다음 일정은 조식으로 유명한 긴자 이나바에서 저녁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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